미얀마 쿠데타 4년: 군부 통치 아래 기업의 책임과 인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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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자행한 지 4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6,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300만 명이 미얀마 국내에서 실향민이 됐다. 유엔은 미얀마에서 인권침해 사태가 여전히 “악랄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얀마 군부가 집권하지 전부터 기업들의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 연루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0년 2월,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Business and Human Rights Resource Centre)는 유엔 미얀마 국제조사단(UN’s International Fact-Finding Mission on Myanmar)이 지목한 23개 기업에 미얀마 군부와의 재정적 관계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2021년 7월에는 또 다른 기업 5곳에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Special Advisory Council for Myanmar, SAC-M)의 요청에 응답할 것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해당 기업에게 당사의 활동이 미얀마 군부 탓마도(Tatmadaw)에 재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만약 그렇다면 해당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오히려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일부 산업에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의류, 희토류 채굴, 항공, 기술 분야는 상황을 심화 시키고 있다. 해당 산업들이 인권 실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혹은 실사 준수 여부에 따라 미얀마 시민들은 계속해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의 탄압이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군부의 탄압이 계속되면서 많은 노동자들은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지만, 이들은 국외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강제로 송금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노동자들은 본국 송환 또는 강제 징집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군부 통치로 인한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출근길 및 근무 중에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불법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이후,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는 ‘미얀마 의류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 트래커’를 통해 미얀마 전역에서 의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기록해왔다. 2024년 10월 말 기준, 해당 시스템에 기록된 사례는 총 664건에 달하며 이는 187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공급망과 연관된 노동 및 인권 침해 의혹이다. 트래커는 공장 내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 문제부터 노동자들이 겪는 괴롭힘과 차별, 임금 착취,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래커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겪는 구체적인 위험도 조명한다. 공장에서의 인권 침해가 증가하는 가운데, 사측과 미얀마 군부와의 결탁, 그리고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은 체포 혹은 검문을 당할까봐 두려워하며 귀가길에 오르곤 한다. 한 사례에 따르면 공장 측이 교통편을 제공하지 않아 400명의 노동자가 야간 근무 후 도보로 귀가해야 했다. 야간 근무 중 노동자가 흉기로 협박당하여 납치될 뻔한 사건도 보고된 바 있다.
미얀마 의류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 트래커
트래커를 통해 미얀마 의류 노동자들이 겪는 인권 침해 사례와 해당 공장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군부와 무장 세력, 환경 파괴하는 희토류 채굴 활동으로 이익 챙겨
중국은 수십 년간 전기차와 풍력 터빈에 사용되는 영구 자석의 핵심 원료인 중희토류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가공국이었다. 2014년부터 중국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채굴 작업을 시작했지만 2016년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산업 정화를 위한 규제를 도입하고 중국 내 광산을 폐쇄하기 시작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미얀마 희토류 수입량은 2021년 19,500톤에서 2023년 41,700톤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미얀마 군부를 비롯해 친군부 민병대, 국경수비대, 심지어 반군 세력인 카친 독립군(Kachin Independence Organization)까지, 군 세력들은 불법 희토류 채굴에서 나오는 이익을 나누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군부가 천연자원 채굴 수익에 의존해 범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미얀마에서의 희토류 채굴은 환경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고, 사회 문제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지역 남성들 사이에서 마약 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폭력 사건과 소규모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의 희토류 가공은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북방희토류그룹(China Northern Rare Earths Group)과 중국희토류그룹(China Rare Earths Group, REGCC)이 주도하고 있다. 2024년 5월 국제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보고서의 일환으로 REGCC에 질의하자 사측은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ESG)와 공급망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법에 기반한 운영과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석 제조업체인 제이엘 맥 희토류(JL MAG)와 연태 정해자성소재(Yantai Zhenghai Magnetic Material, ZH MAG)는 REGCC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JL MAG는 미얀마에서 희토류를 조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한, REGCC의 자회사인 중국북방희토류그룹에서 희토류를 공급받고 있지만, 업체에 “100% 재활용된 중희토류 사용할 것”을 보장하도록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공급망 하류 산업 3곳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독일에 본사를 둔 자동차 공급업체 브로제 그룹(Brose Group)은 미얀마에서 희토류를 조달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닛산(Nissan)은 공급망 투명성 정책을, 도요타(Toyota)는 지속 가능한 조달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항공 산업, 군부의 민간인 공격에 가담
2022년 3월 31일부터 2023년 2월 1일까지, 미얀마 군부는 총 687회의 공습을 감행해 약 281명을 살해했다. 이는 시민들에게 공포를 안겨줬다. 유엔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의 기간동안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습이 이전보다 5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2024년 11월,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는 미얀마 군부에 에이티알(ATR) 항공기의 운송, 부품 공급, 유지 및 보수에 관여했다고 지목한 20개의 민간 군수 중개업체, 항공사, 그리고 관련 기업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해당 기업들은 인권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Justice for Myanmar)가 지목한 바 있다. ATR 항공기는 프랑스의 항공기 제조업체 에이티알(Avions de Transport Regional, ATR)이 생산한다. 인권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공군이 보유한 ATR 항공기들은 군부가 국제 인권법과 인도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되고 있고, 군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ATR 측은 입장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ATR의 공동 개발사인 이탈리아 기업 레오나르도(Leonardo) 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다른 공동 개발사인 다국적 항공기업 에어버스(Airbus)는 ATR을 대신해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미얀마 군부와의 연관성을 서둘러 부인했다. 호주 항공사 버진 오스트레일리아(Virgin Australia)는 “리스업체가 해당 항공기를 이후 어디에 배치했는지 모르고 이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소재 기업 에스티 엔지니어링(ST Engineering)은 “미얀마 군부 산하 방위상업국(Directorate of Defence Industries)나 (군수 무기 중개업체인) 인터내셔널 게이트웨이 그룹(International Gateways Group)과 진행 중인 판매, 계약 또는 라이선스가 전혀 없다. 당사는 모든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고 싱가포르 당국이 서명한 유엔 제재 및 조약 의무(UN sanctions and treaty obligations)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훈련 장비를 제조하는 악시스 플라이트 트레이닝 시스템(AXIS Flight Training Systems)은 “제기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이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기술 기업과 미얀마 군부의 연결고리
기술 기업들도 미얀마 군부와 협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비판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인 코그나이트 소프트웨어(Cognyte Software), 메타(Meta, 구 페이스북),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 텔레그램(Telegram), 저장 다화 테크놀로지(Zhejiang Dahua Technology),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하이크비전(Hikvision)은 미얀마 군부의 디지털 감시 및 사이버 공격 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타는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의 입장 요청에 대해 “2021년 2월 탓마도(미얀마 군부)와 군부가 통제하는 국가기관 및 언론사의 계정을 플랫폼에서 금지했으며, 군부와 관련된 기업 광고도 차단했다. 또한 2021년 12월에는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 계정까지 금지 조치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틱톡은 “기술과 모니터링 팀을 활용해 사용자 커뮤니티 지침을 위반하는 콘텐츠 및 계정을 식별, 검토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동안 미얀마에서 총 653,512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 중 89.8%는 사용자들의 신고 없이 선제적으로 삭제했고, 95.4%는 게시된 지 24시간 이내에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하이크비전은 “미얀마 당국과 직접 거래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 또한 당사는 얼굴 인식 기술을 미얀마에 판매한 적이 없다. 당사는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우리 해외 시장의 고객은 대부분 유통업체나 시스템 통합업체다. 최종 사용자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는 구글(Google), 애플(Apple), 유튜브(구글 소유), 링크드인(Linkedin, 마이크로소프트 소유) 등 미국 기술 기업들에게 미얀마 통신사 마이텔(Mytel) 관련 앱과 채널을 자사 플랫폼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 버마 캠페인(Burma Campaign UK)과 국제 로힝야 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for the Rohingya)에 따르면, 마이텔은 미얀마 군부와 베트남 군부가 소유한 통신사 비에텔(Viette) 의 합작 기업이다.
오라클(Oracle), 텐서플로우(TensorFlow, 구글 소유), 파이토치(PyTorch, 리눅스 재단 소유),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 포티넷(Fortinet),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다른 기술 기업들도 마이텔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들의 기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는 이에 대해 기업들에게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사이버 보안 업체 포티넷은 “어떠한 경우에도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의 엔티티 리스트(BIS Entity List)에 포함된 기업들에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또는 기술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터넷 네트워킹 서비스 기업 시스코는 “당사의 모든 거래 활동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정과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거래에 대해서는 제품의 용도, 기능, 사용자 등을 고려해 철저한 인권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음 단계: 미얀마에서 기업이 준수해야 할 인권 실사 책임
쿠데타 발생 4년이 지났지만 미얀마에서는 여전히 폭력적인 탄압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민간인 피해에 연루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 운영이 초래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다 철저한 인권 실사를 수행하고, 이미 확인된 피해에 대해 구제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효과적인 인권 실사를 수행할 수 없다면 책임 있는 사업 철수 및 투자 철회를 선언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Corporate Due Diligence in Supply Chains), 프랑스의 기업 감시 의무법(Duty of Vigilance Law),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등 기존 인권 실사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각국 정부는 이를 집행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