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폭염 사망자 증가로 하청업체 이동노동자 휴식 부족 우려 증가
“’끓는 폭염'에 11시간 내내 택배 날라… 죽음 내몰리는 이동노동자들”, 2025년 7월 13일
최고 기온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발생한 수도권에서 이달 4~8일 택배업계 종사자 3명이 연이어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폭염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게 택배노조 주장이다. 지난 8일 밤엔 경기 고양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카트를 정리하던 60대 근로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이 정확한 사인을 파악 중이다.
노동자들의 잇따른 비극에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퉈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체감온도 33도 이상)' 조항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세 번째 만에 지난 11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CJ대한통운은 같은 날 택배기사들에게 자율적으로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배송 지연에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분 휴식 규정'은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겐 적용되지 않지만 CJ대한통운은 혹서기 모든 작업장에서 근무시간 50분당 10분(100분당 20분) 휴식시간을 의무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보호 대책을 내놓은 바로 다음 날 신씨는 13시간 넘게 쉬지 않고 일했다. … 물론 신씨는 CJ대한통운 소속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의 하청과 재하청을 거친 업체 소속이다. 신씨는 "시간 내 정해진 물량을 배송해야 하니 휴식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배송률이 떨어지면 회사가 기사의 구역을 회수해갈 수도 있어서다.
'한여름의 극한직업'이라 불리는 또 다른 이동노동자 도시가스 검침원들도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가스 사용량이 적은 한여름에도 매일 최소 500여 세대의 계량기를 검침한다. 계량기를 보기 위해 수풀을 헤치거나 마당 문이 잠긴 경우 담벼락에 매달리기 일쑤라 여름에도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해 온열질환을 달고 산다.
이에 서울시는 2020년 여름부터 '격월검침' 지침을 마련했다. 6~9월엔 한 달 검침 업무를 하면 다음 달엔 검침을 나가지 않는 식이다. 그러나 의무 규정이 아닌 권고라 잘 지켜지지 않는다. 더구나 검침원들은 도시가스 공급업체가 아닌 위탁업체 소속이다. 서울시 관리·감독이 더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일부 위탁업체는 경우 작년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검침 업무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격월검침 시행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침원은 "최근 격월검침을 요구한 노조원들이 고소·고발을 당해 다들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