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타겟(Target) 등 미국 브랜드 제품 생산하는 한국 회사 소유 공장에서 노동권 침해 심각
Johan Ordonez/AFP/Getty Images
“‘메이드 인 과테말라’ 라벨 뒤에 숨겨진 진실”, 2025년 10월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독립 규제기관 조차 공장 경영진들 때문에 적절한 규제·감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거의 존재하지 않다시피 하며, 노조 조직화 시도를 할 경우 위협, 해고 위험은 물론 때로는 폭행을 당할 위험까지 겪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은 대부분 미국으로 향하는 의류 제품들이다: 칼하트(Carhartt), 타겟(Target), 랄프 로렌(Ralph Lauren) 등 북미 최대 브랜드들의 의류가 생산된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미국 정부의 근거리 아웃소싱 정책으로 과테말라는 저가 의류 생산의 중심지로 거듭났고, 그로 인해 현지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수개월에 걸친 CNN 조사 결과, 수십 건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수집되었다. 노동자들은 공개적인 질책, 불가능한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고 위협, 임금 체불, 성희롱 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일부 마킬라(maquila) 산업 노동자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수천 벌의 의류를 생산할 것을 강요당한 채 하루 최대 15시간 동안 서서 일해야 하며, 월 최저임금은 500달러(약 65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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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노동 환경 속에서 근무해야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메리다 하신토(Merida Jacinto)는 “(마실) 물이랍시고 제공된 것은 매우 더러웠어요. 때로는 비누나 바퀴벌레가 섞여 있기도 했죠”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마킬라(maquila) 산업 노동자들은 문제 제기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미리암 로켈(Miriam Roquel) 과테말라 노동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과테말라 내 850개 이상의 섬유 마킬라 공장 중 노동조합 결성을 허용하는 곳은 전체의 약 9%인 76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장 노동자 카노(Cano)는 과테말라에 진출한 한국 기업 코아모다스(KOA Modas) 공장에서 근무했다. 해당 공장에서 제작된 티셔츠, 스커트 등은 미국 유통회사 타겟에 공급되어 해외에서 판매됐다. 카노는 근무 기간 내내 타겟과 계약 관계가 없었다. 즉, 타겟은 고객사로서 카노와 공장 간 계약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불과했기에 카노의 해고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 타겟 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중개업체를 통해 코아모다스로부터 의류를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급망이 복잡하게 형성된 현 시점에서, 미국 브랜드들은 자신들에게 공급되는 의류를 생산하는 과테말라 노동자 대다수와 공식적인 계약 관계를 맺지 않고, 따라서 마킬라 공장 내 노동 조건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된다.
미국 대형 브랜드 랄프 로렌의 팩트시트에 따르면 랄프 로렌은 과테말라 전역 17개 생산 시설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며, 이들 생산 시설 중 일부는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랄프 로렌은 공급망 계약 관계에 대한 CNN의 입장 표명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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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의 어머니인 카노는 언젠가 은퇴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고대해왔다. 그러나 2월, 카노가 근무하던 공장이 파산을 선언하면서 카노가 상상해온 미래의 실현은 요원해졌다. 노동 감독관들은 공장주가 과테말라 연금복지기관에 수백만 달러의 미지급 채무를 남겼다고 카노에게 전했다. 카노의 연금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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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인터뷰에서 타겟 대변인은 자사 공급업체들이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존중받는 근로 조건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고 밝혔으며,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코아 모다스와의 계약 관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코아 모다스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기사 게재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공장 폐쇄 후 카노는 타겟을 대리하여 코아 모다스의 의류를 구매하던 또 다른 한국 기업 세아상사와의 소송에 참가했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세아상사는 퇴직금 대부분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세아상사는 합의서에서 ‘[당사는] 해당 노동자들에게 법적 책임이 없으나, 공장 폐쇄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인도적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330만 달러 규모의 해당 지원금은 “대출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의류 산업 내 노동 침해를 조사하는 미국 단체 '노동자권리컨소시엄(Worker Rights Consortium)' 스콧 노바(Scott Nova)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합의금은 대부분 가족들이 평생 만져보지 못한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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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CNN과의 마지막 통화 당시 카노는 세아상사가 약속한 합의금 지급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카노는 CNN에게 “그 돈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 제 나이에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요. 할 수 있는 건 청소일 뿐인데 육체적으로 아주 힘이 듭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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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킬라 노동자들의 경우, 설령 근무하는 공장에 노조가 존재할지라도, 노조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위험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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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대표자였던 칼(Caal)이 사망하기 몇 달 전부터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벽에는 욕설이 가득한 협박 문구가 적혀 있었다. CNN이 입수한 사진에는 “노조원들, 개자식들, 그만두지 않으면 우리가 너희를 처단하겠다”는 내용의 글씨 옆에 서명을 흉내 낸 권총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노조원 년아, 꺼져라. 공장에 손대지 마라. 수년간 먹을 것을 준 것에 감사해라”는 내용의 협박 문구도 있었다.
미국 노동부는 칼의 살해가 노조 활동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그 후임 대표자인 올리바레스(Olivares)는 반드시 노조 활동 때문에 칼이 살해당하였다는 확신은 없다고 답하면서도, 동일한 내용의 위협을 겪게 될 것이 염려되어 후임자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올리바레스는 CNN 인터뷰에서 “몇 달 동안 출근길이 정말 무서웠다”고 말하며, 회사가 노조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근무 시간 단축과 교대 시간 중 깨끗한 식수 공급을 요구해왔는데, 회사는 이러한 요구가 거래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노조원들에 대한 다른 노동자들의 적대감은 더욱 깊어졌고, 올리바레스가 느끼는 불안도 심해졌다.
텍스피아 II(Texpia II) 공장 대변인은 지난해 5월부터 6월 사이에 위협적인 낙서가 발견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공장 경영진이 이러한 위협을 규탄하고 노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텍스피아 II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언어적 학대나 사적인 괴롭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대변인은 덧붙였다.
한편 과테말라 의류산업협회(“VESTEX”)는 CNN에 보낸 성명에서 “협회 내규상 폭행, 강요, 성희롱을 포함한 언어적·신체적 학대는 엄격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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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부에서는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남성 중심의 경영진과 대부분 여성인 노동자 간 권력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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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Alexandra)는 퇴사를 하는 대신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알렉산드라가 겪은 피해 사례를 과테말라 노동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CNN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올해 초 노동 감독관의 공장 파견 당시 회사 경영진은 면담을 거부했다.
그 다음 주, 조합원 전원이 해고되었다.
이후 몇 달 동안 노동부는 회사와 계속 협의해 왔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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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가 근무하던 공장은 CNN이 송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VESTEX는 CNN에 보낸 성명에서 “협회는 노동 감독관과 협력하여 규정이 준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